2. 교사를 그만두는 과정
먼저 성향상의 이유로 나는 퇴사를 말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래서 몸이 정말 심하게 아팠던 때에도 퇴사보다는 휴직을 먼저 고려하고 휴직을 했었다. 그마저도 1년을 채우지 못했지만.
그때 1년을 채웠으면 나는 학교에 조금 더 오래 있었을까? 아니 돌아왔을까? 의문이 남긴 한다.
그래서 이번 퇴사를 결정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코로나 시기부터 고민하여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려 퇴사를 결정했고, 이야기를 하기까지 일 년이 걸렸다.
이 글에 분명히 밝힐 것은 내가 있었던 학교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과 나라는 사람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학교의 퇴사과정은 절대 이렇지 않다. 보통은 퇴사를 결정하는데도 오래 걸리지 않고 학교에서 처리해 주는데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라는 특수성이 3년을 고민하게 만들었고, 우리 학교(이제는 전 학교)의 특수성으로 6개월 전에 나는 퇴사를 말씀드려야만 했다.
여하튼, 이렇게 오래 걸려 고민하고 결정하고, 또 오래 걸려 퇴사를 하게 되었다. 고민의 주된 것은 앞에서 밝힌 눈에 밟히는 것들이었다.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 나의 커리어, 내가 한 모든 작업들. 무려 이것 때문에 아래의 모든 이유를 제치고 3년을 고민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에도 퇴사를 결정하게 된 것은 너무 안 좋은 몸상태와 대한민국에서 소위 노처녀라고 불리는 나이로 인한 결혼 압박, 부모님의 은퇴 등등 개인적인 이유들이 컸다.
그리고 3년 만에 퇴사를 결정하고 내고 맞닥뜨리게 된 가장 큰 산은 어떻게 퇴사하지? 였다.
일반 학교는 퇴직 신청을 하면 된다. 학기 중이던 학기가 끝났던 상관없이. 하지만 사립학교, 그것도 교사가 부족한 상황의 학교 특성상 학교를 그만두는 것조차 남아있는 사람들의 부담이 얼마나 커질지 알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동료 교사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저는 올해까지만 하려고요." 웃으며 장난인 듯이.
그리고 1학기가 끝날 무렵,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이사 분들과 면담을 이어갔다. 물론, 다들 좋으신 분들이라 건강의 문제를 듣고는 금방 동의해 주셨지만, 그 과정에서 죄송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나름 꽤 오랜 기간(나의 20대 후반과 30대 초중반을 바친 곳이기 때문에) 학교에 있었던 교사로, 학교 전반을 아는 사람 한 명이 빠진다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아니까...
그렇게 가장 큰 산이었던 면담이 끝나고, 퇴사 절차를 시작하게 되었다. 서류 작업 같은 것은 큰일이 아니었다. 연금, 퇴직금, 알아서 해주시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역시나 걱정하지 않았다. (물론 마지막달 일할 계산이라는 말에 기분은 상했다. 심지어 서류만 그날이지 절대 다른 일이 그날에 끝나지 않아 더 학교에 나가는 상황이라 더 짜증 났다.)
가장 큰 일은 8년의 짐을 빼는 일이었다. 미련이 없다면 다 버리고 오면 되지만, 미련이 남은 나는 8년 치 아이들의 노트까지 챙겨 짐을 빼기 시작했다.


교실을 꾸밀 때 썼던 모든 것과 남은 간식, 책장 등등 놓고 올 수 있는 모든 것은 정리하여 놓고 나왔다.
교육 물품, 데코용품, 교실 환경 물품, 컴퓨터 속 자료들, 그리고 모든 책까지 내가 두고 올 수 있는 것은 다 두고 다음 선생님들이 활용하도록 정리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게 잘하는 짓일까 고민했다. 그렇게 나는 학교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