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사실 가장 늦게 눈에 밟히게 된 것이긴 하다.
학교를 그만두기로 하면서 학교의 전체 모습이 보이기로 시작하였다. 좋은 점들과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니 훨씬 잘 보이게 되었다.
학교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
"진짜 어디 가도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것인데, 적어도 여기는 일이 힘들지 사람이 힘들지는 않다고..."
올해와 작년은 좀 난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힘들었지만 진짜 원래 계셨던 분들은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학교 시스템 때문에, 혹은 몇몇의 힘들게 만드는 사람들 때문에, 과중한 업무가 넘겨질 것을 뻔히 알기에 (또 그중 몇몇의 업무는 내가 넘기고 감을 알기에) 남는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
방학 중에 점심 후에 함께 하던 티 타임.
아이들이 있을 때는 만날 수 없던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방학 동안 있었던 일을 나누며 선생님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시간들.
그리고 늦게 끝날 때면 삼삼오오 모여 함께 저녁을 먹자며 여기저기 맛집을 찾아갔던 기억들.
학교를 떠난 선생님들 조차 줌으로라도 서로 연락하는 모습들.
학교가 세워지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만났던 선생님들과는 방학 때 여행도 다녔었는데... 그렇게 젊고 어렸던 선생님들이 결혼을 하는 모습들을 보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걸어 다니고....
생각해 보면 이곳에서 나는 멈춰 있었지만 그분들은 더 큰 것을 이뤄 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휴직을 했어도 혹은 학교를 떠났어도, 그리고 학교에 남아 있는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1년도 되지 않아 진즉에 학교를 떠났을 것이다. 교사 자체는 3D직업에 들어야 할 만큼 감정노동과 체력 소모가 힘든 직업이니까....
내가 바꿀 수 없었기 때문에 학교를 떠나기로 결심했기에 더욱 그 상황에 남을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
그러나 나보다 훨씬 강하고 훨씬 대단하신 분들인걸 알고 있어서 믿고 있어서 간간히 연락을 이어가며 이번에는 내가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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